무언가 보고 읽는다는 것이 내게는 취미 생활이지만 나는 이 취미가 단순히 시간 죽이기에 한정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이런 보고 읽는 내용들이 머릿 속에 정리되지 않을 때 읽기를 중단하거나 다시 처음부터 보는 경우가 있었다.
하이브는 재미있게 보던 웹툰이지만 시즌이 넘어가고 개장수나 데드퀸같은 시리즈가 나오면서 읽기를 한 번 중단하게 되었다. 하이브에서도 개인적으로 머릿속에 내용 정리가 한 번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데드퀸에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갈 때 약간 버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작가님의 작품들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다시 보려는 생각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새벽 세 시정도까지 밀렸던 내용을 모두 보게 되었다. 처음엔 그렇게 늦게까지 볼 생각은 아니었는데 너무 몰입이 돼서 결국 끝까지 읽었다.
이번에도 김규삼 작가님에 대해 감탄했다. 아마 처음 좋아했던 작품이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라는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 쉬운 그림에 개그 소재의 웹툰으로 이후 쌉니다 천리마마트나 버프소녀 오오라같은 작품들에도 같은 기대치를 갖고 읽으며 기대감이 충분히 충족됐던 기억이 난다. 이 작품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 작가님에 대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전혀 다른 차원으로 높아진 작품이 N의등대-눈의등대라는 작품이었다. 개그물만이 아니라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품들도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는데 이후 큰 인기를 끌었던 비질란테 역시 다시 한번 역량을 제대로 펼쳤다고 생각한다. 와중에 현실성있는 내용이던 반대의 이야기이던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 데드퀸.



웹툰에 대해 느낀 점을 쓰는 건 처음인데 데드퀸. 하이브 시리즈의 방대한 내용 중에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글을 쓰게 됐다. 개인적으로 만화던 영화던 소설이던 성경과 관련한 코드가 들어가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그런 요소가 내용을 더 신비롭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이브 시리즈에서는 처음 에제키엘(에스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장면을 처음으로 기억하는데 이후에는 성경에 비춰 인간의 욕망과 타락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끝까지 읽었던 것 같다. 그 중 어떤 캐릭터들보다도 힐데라는 캐릭터에 많이 이입이 되고 나를 돌아보게 돼서 이야기가 끝나는 시점에 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많이 커진 것을 느낀다.
세상에는 대놓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오만하고 교만하며 독선적인 사람이 있는가하면 스스로의 정의에 갇혀버린 사람들이 있다. 후자인 힐데를 보며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주변에서 말해주고 자신이 느껴도 스스로 방향을 꺾을 수 없던 나를 생각했다. 누군가는 섬김을 받으려 하고 누군가는 섬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우리 모든 인간은 자신을 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어리석어 보일 정도의 충성, 자신의 목숨마저 뻔뻔하게 요구하는 자에 대해 끝까지 충성하려는 모습은 목숨마저 버릴 정도로 자신의 증명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였다.
내가 어떤 사람이다. 나는 정의롭고 나는 충성스러운 사람이다. 나는 의롭다는 것을 세상은 몰라도 나는 안다. 그러나 나 혼자 아는 데서 족하지 않은 것은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려나 불안한 마음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것이려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어떤 결핍에서 온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는 그래서 내가 가진 기준을 똥양심이라고 불렀다. 어리석게 그지없을 때까지도 놓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 세상에 주는 피해를 넘어 그 의를 지키고 싶은 나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똥양심. 이전에는 선이라고 생각했던 개똥같은 것.
이 답답한 어리석음을 벗어나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힐데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 주변이 잘못됐음을 제대로 자각하고 깨닫게 되었다. 이미 여러 번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자각이 쌓인 것들도, 그렇게 끝까지 망가지는 자리까지 내몰리면서도 뻔뻔하게 사욕만을 채우려는 내 충성의 대상의 태도도 그런 자리로 나아가는 데 서서히 쌓여가며 도움이 되었겠지만 결정적으로 진정한 사랑, 사랑을 추구하는 이들의 모습, 공동체의 모습을 보고 돌이킬 수 있었던 것을 보며 삶을 제대로 사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나와 내 주변의 행복을 넘어서 이 세상에 얼마나 중요하고 무거운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럼에도 결국 어디서도 받아 들여지지 못하는 위치에 서있는 그를 보면서 아팠던 마음이 놓이는 엔딩. 안타까웠던 민영도, 힐데도 똥개도. 엔딩을 보며 그래도 미소를 짓게 됐다.
사소하게나마 적어 기억하게 싶은 부분들은 개장수와 켄의 깊은 신뢰와 우정. 수녀님이나 여러 캐릭터들. 특히 개장수와 주변 인물들.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마음 속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정의와 먼 것같은 언행 속에도 선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인문들을 보며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에 대해,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인물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낸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스도인으로써 도전받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프린스나 막강했던 프린스를 저지하며 나섰던 그의 아버지를 보며 하나님 없이 나는 선을 추구할 수조차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내용과는 별개로 힐데의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 어릴 때 좋아했던 킹오브파이터즈의 셸미라는 캐릭터가 생각났었는데 혼종이 된 이후의 성격 또한 셸미의 설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눈을 가린 캐릭터들을 좋아하나 했는데 정확하게는 신비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면이 있다.


글에 넣을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 너무 재미있게 봐서 결말에 대한 비판 의견도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는데 뭐 사람은 다양하니까.
그 나름대로 애정을 갖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재미있게 보고 조용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작가님들이 항상 선명하게 아셨으면 좋겠다.
읽기를 중단했던 김규삼 작가님의 은탄도 이어 보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힐데가 등장해서 반가운 마음. 그 이상 그 동안의 작품들에 나왔던 많은 캐릭터들이 반가워 웃음짓고 본다. 작가는 참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환상적인 직업이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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