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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쿵푸팬더4

 마음이 힘든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매번 감정의 깊이를 다시 느끼고 확인할 때마다 나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계시기에 휘청이는 배 안에서도 나를 삼키려는 두려움을 뚫고 견뎌내는 기분.

 

 어제인가 문득 쿵푸팬더4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쿵푸팬더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어서 개봉 전부터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평이 안 좋은 것을 듣고 극장에서 볼 마음이 사그라진 상태였었다. 그런데 왜인지 하나님께서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주실 격려와 용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영화 개봉 전 다른 사람에게 내가 비쳤던 기대감에 대한 어떤 책임? 의리? (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분이 이 영화를 봐서.) 그런 거 약간.

 

 결론부터 말해서 나는 무척 재미있게, 또 감동적으로 봤다.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 새로운 자리로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번 주중에도 그렇지만 늘 나를 얽어매려고 하는 과거로부터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주인공 포가 이번 4편에서 익숙해지고 잘 맞는 용의 전사 자리를 다른 이에게 물려주고 평화의 계곡 영적 지도자로 나아가야 하는 장면에서였다.

뭐랄까. 짜임새 있는? 어른스러운? 그런 이야기들에서 느끼는 것보다 깊이가 조금 부족한 것이 오히려 마음 깊이 들어오는 메세지? 그렇다고 생각했다. 연거푸 눈물이 나던 것은 많은 대사들이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보다 좋아하는 무적의 5인방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보고 싶던 마음을 사그라들게 했는데 인형으로라도 출연하는 영화 초반에 아쉬움이 달래지기도 했고 영화 마지막에 볼 수 있던 것이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느껴졌다.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었으나 어린 시절에 유행하던 곡이 리메이크되어 말미에 흘러나오는 것으로 반갑고 기뻤던 마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aby one more time이라는 곡. 주인공 포의 목소리를 연기한 잭 블랙이 활동하는 밴드의 곡이라고 한다. 곡이 너무 좋아서 끝까지 듣고 앉아 있었음.

 

 포를 사랑하는 두 아버지의 모습은 여전히 따뜻한 부러움? 가정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변화에 대한 메세지와 함께 다시 한번 마음을 두드리는 모습.

 

 한편 이번 시리즈의 메인 빌런인 카멜레온의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안타까움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는데 개천에서 날 수 없는 용을 결국에는 스스로 그러나 옳지 않은 방법으로 쟁취하여 정말 용 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을 떠난 잘못된 가치관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했을 때 얼마나 끔찍한 모습일 수 있는지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의 모습에서 떠올릴 수 있었다.

 

 새로운 캐릭터인 젠에 대해서는 좀더 동질감을 느꼈달까. 응원하는 마음이 들어 무적의 5인방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잘못된 가치관 안에서 성장한 그의 마음에는 여전히 사랑받고자 하는 갈망이 그를 인간답게(?) 하는 부분이 아니려나. 그게 젠과 카멜레온의 결정적이고도 중요한 차이. 그리고 모두의 마음에는 그런 부분이 있음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물리적인 힘보다 강한 포옹. 포를 말리던 장면에서도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그의 대사처럼 지나온 자리는 크던 작던 발자국을 남긴다.

그의 과거를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끝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은 그의 열망과 그를 믿고 이끌어 줄 친구가 있기 때문에. 옳은 일을 하기에 늦은 때란 없다는 그 대사가 우리를 자포자기하지 않고 얼마든지 돌이킬 수 있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 하나님을 향해 돌이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었고. 영화가 의도한 메세지는 아니겠지만 벚꽃나무 아래에서 명상하던 장면처럼 나의 내면은 항상 온갖 소리로 나를 어지럽게 할 뿐이기 때문에 그렇다.

 

 외에 너무 맞는 말만 하는 시푸 사부의 예전 까칠한 모습을 볼 수 있던 것이 좋았고 빌런 중 가장 좋아하는 타이렁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음.

 

 마지막으로 가장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떠오르던 장면을 이야기하고 싶다.

천국에 가면 세 가지 사실에 놀란다는 이야기.

천국에 올 것 같던 그 사람이 없다는 사실과 천국에 올 수 없을 것 같던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같은 사람이 천국에 있다는 사실.

카멜레온을 무찌르기 위해 젠이 그의 가족 같은 (악당)무리들의 도움을 받아 더 큰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을 보면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것이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께서 그 많은 죄인들과 식사하시는 장면이 떠올랐다.

나도. 나쁜 놈이지만. 그분의 포용으로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서. 또 하나님 나라에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느끼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누구도 판단하지 말 것을. 정죄하지 말 것을 다짐했다.

주님 안에 있는 사람도 그렇고 주님 밖에 있는 사람도 알 수 없다. 주님의 은혜는 자격 없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므로.

나는 나에 대한 절망을 이렇게 늘 안은 채로 희망과 소망을 주시는 주님의 은혜를 바라보며 끝없이 나아가길 원한다.

 

 영화를 볼 수 있어서 감사했고 영화가 끝나고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는 것도 하나님께 참 감사하다.

 
쿵푸팬더4
오랜만이지! 드림웍스 레전드 시리즈 마침내 컴백! 마침내 내면의 평화… 냉면의 평화…가 찾아왔다고 믿는 용의 전사 ‘포’. 이젠 평화의 계곡의 영적 지도자가 되고, 자신을 대신할 후계자를 찾아야만 한다. “이제 용의 전사는 그만둬야 해요?” 용의 전사로의 모습이 익숙해지고 새로운 성장을 하기보다 지금 이대로가 좋은 ‘포’. 하지만 모든 쿵푸 마스터들의 능력을 그대로 복제하는 강력한 빌런 ‘카멜레온’이 나타나고 그녀를 막기 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쿵푸 고수 ‘젠’과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포는 가장 강력한 빌런과 자기 자신마저 뛰어넘고 진정한 변화를 할 수 있을까?
평점
10.0 (2024.04.10 개봉)
감독
마이크 미첼, 스테파니 스티네
출연
잭 블랙, 아콰피나, 비올라 데이비스, 더스틴 호프만, 제임스 홍, 브라이언 크랜스턴, 엄상현, 김나율, 성선녀, 김기현, 임채헌, 기영도, 안장혁, 이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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