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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하나님, 그래서 그러셨군요!

 읽고 싶은 책들이 마음에 잔뜩 쌓이는 요즘. 왠지 무엇보다도 먼저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든 책이다.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서부터 고민하기에는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왜인지 마음이 역전되는 현상으로 읽으며 매 장마다 울면서 읽기까지 했다.
어젯밤 자기 전에 첫 장을 읽고서 나에게 오늘이 빨리 와야 했던 이유가 나머지 부분들을 얼른 읽고 싶은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부분보다도 중학생 때 *신애라 아줌마를 만나서 대학교 때 다시 만났다는 아이를 보며 희미했던 감정이 떠오르기도 하고 나와 또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에 대해서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오랫동안 차인표 아저씨를 동경하면서 두 분을 상상 속에서 참 많이 만났다. 실제로 알지는 못하는 사이이지만 이렇게 부르는 게 편해서 오늘은 글에서도 그냥 이렇게 적으려고 한다.)
 
 '아, 이 아이한테는 신애라 아줌마가 엄마였구나.'
 
 어느 정도. 엄마에 대한 감정을 신애라 아줌마한테서 찾았구나 하면서 나 또한 그랬던 것이 생각났다. 많이. 차인표 아저씨에 대해 생각하고 그분과 같은 사람이 되기를 원했지만 한편으로는 두 분이 내 부모님이었으면 좋겠다 했었다. 세 자녀분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났다. 처음에는 차인표 아저씨의 팬이면서도 신애라 아줌마의 활동을 왜 계속 궁금해하고 있었는지 잘 몰랐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느 때엔가 엄마에 대한 것을 찾았던 그 감정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아이가 다시 오겠다는 말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했는지 알 것 같다. 얼마나 애절한 마음이었는지 알 것 같다.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볼 수 없던 날들로 인해 느껴지는 섭섭한 마음, 약간은 원망스러운 감정을 스스로의 마음속에도 품지 못하는 감정. 나는 그냥. 권리는 없는 거니까. 권리가 없으면서 바라는 사랑이니까.
철들었다. 착하다. 성숙하다. 이런 말들은 사실 아이가 품어야 하는 슬픔의 결과.. 나는 착할 것 외에 선택할 것이 없었을 뿐이었다. 다만 나는 어느 순간. 정말 순전히 내가 착한 줄 알았지. 이런 아이들이 얼른 하나님을 만나서 안정을 느끼고 성숙하기를. 나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개인사이지만 가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불행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냥. 좋은 기억을 떠올려 보려고 했는데 정말 기억이 안 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았던 때에 좋았던 일이 없었다. 지금에야 일정 기간 돌봐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그때의 차별과 폭력, 상처들을 혼자 싸매고 힘겹게 삶을 살아왔다. 어른스러워서라기 보다도 말할 곳이 없었다. 아홉 살 때에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어머니와 동생이 생겼지만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였다. 새어머니가 나를 예뻐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아버지는 더 두려웠다. 해가 지는 매일 저녁마다 긴장으로 심장이 뛰었다. 그 시절 뛰는 가슴으로 시간을 확인하던 마루의 시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도 선하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 두려워 잠들기도 힘들었지만 잠들어도 깨워져 맞던 날들. 어느 날에는 이유도 없이 깨워지자마자 무릎 꿇린 채로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비는 가운데 고개가 젖혀지도록 양손으로 뺨을 맞았던 기억도 난다. 왼쪽에는 새엄마가 팔짱을 끼고 냉랭하게 화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그때 직감적으로 그냥 화풀이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생각하면 모르겠다. 뭔가 잘못이 있었을지도. 그러나 이유는 듣지 못했다.
 밤마다 폭력에 시달리고 잠에 못 든 채로 인격을 모독당했다. 너는 머리도 멍청하고 몸도 약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놈이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밑바닥이라고. 친가도 아버지 자신도 나를 버린 어머니도 외가도 다 똑똑한데 너 같은 놈이 나올 수 없다고. 너는 돌연변이라고.
육체적인 것만큼이나, 어쩌면 육체적인 것보다도 말로 받은 상처가 더 아프게 남았던 것 같다. 아직도 나는 내가 들었던 말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애기일 때 데리고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예쁘게 봐주셨다고 한다. 자기가 키울 테니 달라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많은 날들을 이렇게 키울 거면 정말 줘 버리거나 차라리 버리지 그랬냐는 생각 속에서 살았다. 아니,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으로... 다 말로 적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정말 좋은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는다.
 
 그런 시절에 차인표 아저씨가 신애라 아줌마한테 쓴 편지를 봤다.
아주 어릴 때 차인표 아저씨가 아주아주 인기가 많을 때 으레 최고로 쉽고도 기분 좋을 칭찬이었을 차인표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차인표 아저씨에 대한 막연한 호감은 있었는데 그 편지를 보고서 완전히 반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 하면서 신문이며 인터뷰 기사며 드라마며 볼 수 있는 대로 보면서 상상 속에서 차인표 아저씨와 대화를 했다. 차인표 아저씨와 신애라 아줌마와 거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상상을 참 많이 했었다. 교회에 대한 관심도 그래서 계속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려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부터 거부감이 들었다. 우리 아버지는 아버지가 없는 자리에서도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었다.
 
 방향을 조정해야 하는지 알았을까 몰랐을까. 차인표 아저씨한테 갖던 관심만큼 하나님께 나아갔다면.
나름 기도도 해보고 그랬는데 잘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내 삶을 망치기 시작했고 아주 망가뜨리기까지 해 버렸다. 내가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나쁜 놈인 나를 마주하면서 반 미쳤던 것 같다. 병원에 다니면서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술을 마셨다. 빠르든 늦든 이렇게 삶이 끝나겠구나. 폐인으로. 외롭게. 더러운 죄 속에서. 아마 죽어서는 더 고통스럽게 벌 받겠지 하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나님을 만났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왜 내 얘기를 이렇게 늘어놓지.
나는 보육원에서 자란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하면 그 아이들의 기분이 안 좋으려나.
우리는 너무 좋은 상황에 대해서만 생각하면서 현실을 절망하지만 사실 그렇게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위로 같지 않은 소리를 해볼까. 내가 차라리 아버지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쪽에서 생각할 수 있는 상상도 그렇게 희망적으로 나타나는 현실만은 아닐 거라고.
그러나 나는 정말.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쉬운 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일한 답이다.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는 것. 이제 와 아주 뒤늦게 어렸을 때 경험적으로 배워야 했던 것들을 배우지 못해 고장 난 사람 같은 내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둘씩 고쳐져 가고 있다.
 
 아직도 모르겠다.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 든다. 자신이 없어 포기하는 마음도 있었다. 가정에 대해서.
내 어릴 적 자녀에 대한 집착은 이제는.
그냥 막연하게 두 분을 보면서 나도 입양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마음도 다시 숨 쉬는 것 같이 느껴진다.
자신은 없지만, 내 안에 사랑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책을 읽다가 기도했다.
사랑도 없고 물질로도 희망이 없지만 입양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검소한 편이라. 그렇게 채워주시는 걸로 제가 사치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그럼에도 내가 누리게 될 복에 대해 예상이 돼서 더 이상 말씀드리지 못했다. 나를 위해 구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
그냥.
나와 비슷한 길을 가야 하는 어린 생명이 있다면. 내가 좀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나처럼 되지 말라고. 너는 잘 살라고. 얼른 진정한 부모 되신 하나님을 만나라고. 진정한 삶의 목적되시는 하나님을 만나라고.
절망 속에서도. 아마 얼마의 교만으로도. 동경에서도. 이런 마음으로 컴패션을 시작했던 것이라.
 
 아니라고 했는데. 염치없음을 느끼면서도 최근 배우자 기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준비되지 않은 나에 대해서도 너무나 안다. 내 스스로는 평생을 가도 절반의 절반도 준비가 되지 않을 것도 안다.
그냥 책에서 말했듯이. 양육에 대한 책을 좀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위치에 대해서 들었던 생각.
역시 책에서 말했듯이 나는 하나님께 입양된 것이라고.
입양된 아들이 좋은 환경을 누리면서 내 육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갖는 감정이. 참 보기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보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격 없는 자가 왜 은혜를 누리면서 이 은혜를 못 누리는 자에게 긍휼한 마음을 품지 못하나.
아버지가. 하나님의 자녀라면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실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보시는 시선.
 
책을 읽으며 막연히 갈 길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는데 내 삶이 어떻게 나아갈지 모르겠다.
신애라 아줌마가 방송에서 말한 덕에 읽었던 목적이 이끄는 삶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하나님께 나아갈 길을 여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많이 운 책.
하나님, 그래서 그러셨군요!
나도 하나님께 이렇게 고백하는 날이 오기를.
 
 
 
 붙들 내용
 
 
"애라야, 옛날에 늘 기쁜 아이랑 늘 슬픈 아이가 있었어. 늘 기쁜 아이는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늘 기뻤고, 늘 슬픈 아이는 아무리 기쁜 일이 있어도 늘 슬펐대. 우리 애라는 늘 기쁜 아이지?"
 엄마는 걱정과 슬픔이 많아 보이는 하나뿐인 딸에게 그렇게 행복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입양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아 같은 우리를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져주시고, 양자로 삼아주신 그 값없는 은혜를.
 
 
아침에 나로 하여금
주의 인자한 말씀을 듣게 하소서
내가 주를 의뢰함이니이다
내가 다닐 길을 알게 하소서
내가 내 영혼을 주께 드림이니이다
시 143:8
 

하나님, 그래서 그러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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