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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기도의 힘(워룸)

 지난 제자 훈련 모임 때 워룸이라는 영화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목사님도 얘기하시고 반원 분께서 영화가 좋다며 추천하신 데다가 요즘은 다시 영화 보는 재미가 좋아서 오늘은 이 영화를 봤다. 과거 어디선가 한번 들어봤던 것도 같다. 보통은 시간이 아까워 살짝 배속을 놓고 보지만 오늘은 원래의 속도대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창작자가 만든 그대로 감상하며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들이 그대로 내게 전달되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요즘 들어 마음에 감동이 없어 혹시 하나님을 믿기 전처럼 강팍해진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며칠 사이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뭔가를 보면서 예전이라면 어떤 식으로 느꼈을 지가 떠올랐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도 그것을 느꼈다.
 
'애들도 아니고 이렇게 유치한 내용을 보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나?'
 
 때로 이런 질문들의 방향은 기독교인에게 향하며 '나는 그렇게 순수한 마음이 없어서 기독교인은 못 되겠다.'라고 여러 번 생각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과거에 이런 식의 생각을 많이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 영화에서는 주연 중 한 명인 클라라 부인의 하나님을 향한 찬양 장면에서 그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 순수하게 매일 진심으로 찬양하는 것이 가능한가? 진심인가?' 하면서. 그 질문은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가? 하나님은 그게 정말 매일 기쁘실까?' 에서 '내가 그렇게 매일 사랑을 고백받는다면 좋을까?' 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게 무척 좋을 것 같아서 더 질문할 말이 없었다.
 
 목사님은 특별히 영화 장면 중 강도와 마주친 장면에서 클라라 부인이 대적 기도를 선포하자 강도가 물러서는 장면이 억지스럽다고 느끼신 건지 없었으면 좋았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오히려 그 부분은 좋게 느껴졌다. 연기로 충분히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예수님의 이름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느낌을 주는 영적이라거나 특별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데 그렇게 오랫동안 뜨겁게 기도를 해온 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줄넘기 대회에서도 우승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그런 장면을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같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만화 슬램덩크의 결말도 우승으로 끝나지 않았기에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상에 늘 마음이 빼앗기지만 정말 싸워야 하는 적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영화. 그래. 우리의 적은 가족도 친구도 그 어떤 사람들도 아니다. 두 시간의 런닝타임에 모든 내용이 들어가야 하기에 우리가 바라는 극적인 결과들이 담겨야만 했지만 나는 각자의 삶 전체를 상영 시간으로 놓고 보았을 때. 그리고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보시는 영원의 시간을 런닝 타임으로 놓고 보았을 때 우리의 기도는 결국 승리로 이어지고야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예수님을 힘입어 사랑해야 할 대상들이 있을 뿐이라고.
 
 공동체에 대한 갈망은 이 영화를 보면서도 또다시 자극을 받았다.
특별히 가족 공동체에 대해 초점이 맞춰지지만 모든 것 이전에 하나님과 나의 바른 관계가 우선이고 기본이며 전부라고 생각하기에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냥. 주인공 토니 조던과 그의 가족들의 모습처럼 잘못된 길에 들어섰을 때 기도와 사랑으로 붙잡아 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보기 좋았다. 부드럽게 친구를 붙들어주는 모습 또한 마찬가지. 부럽다는 표현은 좀 안 맞는데 내 과거에 비춰서 그 장면을 보며 나로서는 약간의 아쉬움이라고 해야 하나. 아쉬움도 표현이 좀 과하고. 이 자리까지 분명 누군가의 기도로 왔기에. 적당히 표현할 단어가 없는 그런 감정이 들었다.
 
 흔히들 아이를 낳으면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하는데 방황에도 우리가 혼자서는 돌이킬 수 있는 힘과 책임이 자녀를 통해 주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들은 늘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다. 돌이키는 부모를 금방 용서하고 사랑하기에 자녀가 어느 시점에서 더 이상 아이가 아니기 전까지 부모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가 되지 못한 이들 틈에서 자란 자녀들은 어쩔 수 없이 불행하다. 세상 속에서는 분명히 그렇지만 주님 안에서는 그게 더 나은 상황을 만들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채워져야 하는 것이기에.
 
 짧은 장면이었지만 분명한 팀 게임인 농구에서 개인의 능력으로 팀의 승리가 이루어지는 장면에서 오히려 토니의 위태로움을 보았다. 분노에 차고 독선적이어도 세상에선 얼마든지 잘 해낼 수 있다. 직장에서도 얼마나 능력 있었나. 기독교인으로서는 우리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인물. 자신의 악함을 고백하며 이기적이고 교만했던 것을 인정하고 엉망이 된 자신의 모습이 자기가 되고 싶었던 모습은 아닌데 어떡할지 모르겠다. 도와 달라고 울며 기도하던 모습에서 내가 보였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조던은 처음부터 발에 대한 장면들이 나왔는데 주인공 부부 중 하나님께 더 가까운 인물의 상태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던 장면에 비추어서 든 생각. 그러나 그는 무척이나 발을 씻을 필요가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얼마나 오래도록 그는 하나님께 나아가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기도를 결심했을 때 기도가 무너질 듯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유치하다는 과거의 감정들은 한쪽에서 멀뚱히 서 있고 나는 그 장면을 보며 기도하라고 리즈를 응원을 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이런 마음으로 우리를 보고 계시려나.. 히브리서 말씀이 생각이 났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 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히 12:1
 
 
 이외에 극 중에서 크리스천으로 출연한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 간부로 나왔던 콜맨이라는 인물에게서 특별히 영성을 느꼈는데 검색해 보니 이 영화의 감독이셨네.
 
 클라라 부인 자신의 아픈 경험을 통해 기도의 능력을 전했을 때 이는 조던 부부의 가정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이 큰 힘이 이제 다시 클라라 부인을 통해 조던 부부를 통해 다른 가정에 전파된다. 삶에서의 승리. 전도에 대해서도 한결 가벼운 느낌이 더해지며 특별히 기쁨과 감사를 표현할 마땅한 전도에 대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였다.
 

기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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